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는 ‘바다의 도시 이야기’라는 부제입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로마인이야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입니다.
베네치아는 갯펄지역입니다. 이곳에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훈족의 침입으로 쫓겨오면서 부터입니다.
그러다가 베네치아공화국이 된 것은 서기 697년 주민투표를 실시하면서 부터입니다. 주민투표로 선출한 국가원수를 ‘도제'(doge)라 부릅니다.
국가원수 제도는 베네치아공화국이 나폴레옹에게 멸망되는 1797년까지 계속됩니다. 1천년하고도 1백년이 더 지속된 것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베네치아가 조그만 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1천년 이상을 지속하게 된 이유를 추적합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섬이 아닌 개펄지역에 말뚝을 박아 만든 인공섬임에도 1천년을 지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베네치아 사람들의 ‘조직력’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어떤 사람도 독재자가 되거나 단독영웅이 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제도화하고 조직화 했다는 것입니다. 1천년 이후 그러한 정신이 무너졌을 때 베네치아공화국도 자연사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그 조직은 흔히 ’40인 위원회’ ’10인위원회’로 불리웁니다. 어떠한 정책도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메시지는 1년전에 읽었던 책입니다. 요즘 조국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책을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베네치아의 역사를 통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입니다. 왜 베네치아를 통해 배워야 합니까?
베네치아는 지중해 무역을 통해 국가가 생존하고 발전했다는 점, 외교에서 철저한 중립을 유지하면서 국가가 생존했다는 점, 당시 가톨릭이 판을 치던 유럽의 상황에서 종교를 정치로부터 철저히 분리했다는 점 등이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무엇보다 베네치아는 명분과 실리면에서 철저한 실리편에 무게를 두었던 나라입니다.
제가 보기에 대한민국은 지금 바로 그러한 기반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몇 년동안 진행될 국제적인 힘의 균형상황속에서 어떠한 실리를 취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베네치아외에도 해양국가로 진출을 시도한 나라들이 있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 중 이탈리아 해양국기속에 나오는 4개의 도시를 언급합니다. 베네치아-제노바-아말피-피사가 바로 그 도시들입니다. 베네치아가 이들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1204년 제4차 십자군전쟁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진단합니다. 프랑스를 중심한 유럽에서는 십자군 병사들을 모집하고 그 병사들과 물자를 수송할 배는 베네치아가 담당합니다. 15만명 정도에 해당하는 전체 인구가 풀가동해서 제4차 십자군을 실어나를 배를 만듭니다. 그리고 계약기간동안에 배를 모두 완성합니다.
제노바와 아말피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재미있습니다.
아말피가 한때 해양도시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조그맣고 척박한 땅때문에 바다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굶어죽을 바에야 바다로 나가 해적과 싸워서라도 살길을 찾자는 것입니다. 당시 제노바의 상황도 아말피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기름진 땅을 갖고 있었던 나폴리는 그곳에 안주하면서 바다와는 무관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다면 바다에 면한 척박한 땅을 가지면 누구나 해양도시가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아말피와 똑같은 조건을 갖고 있었던 소렌토는 끝내 해운국이 되지 못합니다. 도전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책의 흐름은 후반부로 가면서 베네치아가 이슬람 세력과 대치하는 구도가 됩니다. 이슬람세력의 대표선수는 터키입니다. 술탄의 말 한마디에 베네치아 전 인구에 해당하는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터키와 상대하는 베네치아의 모습에서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자는 기독교 세력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사건으로 ‘레판토해전'(1571년)을 듭니다. 베네치아를 중심한 기독교세력과 터키를 중심한 이슬람세력의 대 격돌이 지중해에서 벌어집니다. 상대방 모두 엄청남 손실을 보게되지만 터키의 판정패로 싸움은 결말이 납니다. 당시 무적이었던 터키도 무너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도 당당했던 베네치아는 18세기로 들어오면서 공화국의 정신이 흐릿해지기 시작합니다. 나폴레옹 당시 그들이 처신하고 결정하는모습에서 그 절정을 보게됩니다. 그리고 1797년 베네치아공화국은 종말을 맞이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도 밝혔지만 ‘성자필쇠’가 그의 글쓰기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흥할 때가 있으면 반드시 망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베네치아의 경우는 망해야 될 시기에 그들이 조직을 다시한번 개혁하면서 200년동안 그 수명을 연장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에 정부가 수립된 이후, 7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1천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다는 기회의 순간에 와 있습니다.
그것은 운명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역사는 다른 길을 우리에게 주게 될 것입니다.
Stone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