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영란법 시행을 보면서

소위 식사-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10만원으로 제한되는 한국의 ‘김영란 법’이 헌법재판소를 최종 통과, 오는 9월 28일(수)부터 전면 시행된다.

기자가 한국 언론사에서 약간 근무한 경험을 반추해보면 촌지와 선물의 위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먹은 사람은 양심에 따른 글을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소형 언론사들은 월급이 적기때문에 취재를 가서 수고비나 교통비 받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다. 처음엔 언론인다운 자부심으로, 긍지로 버티다가 나중엔 조직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그곳을 떠나든지 선택해야 한다. 안그래도 취직자리가 없어 다들 아우성인데 선물이나 촌지가 무슨 상관이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슬슬 들어오기 시작하면 바른 말하는 언론인의 역할은 끝장이다.

물론 언론을 권력도구로 이용해 적은 봉급으로 기자들을 굴리는 사주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장사가 되지 않는 언론사 자체의 문제도 있다. 처음 기자가 한국에서 언론을 시작했을 때도 사장은 돈이 없어 월급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자는 ‘저는 돈 같은 것 필요없습니다. 취재만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요’라고 말했다. 월급대신 택시비에 쓰라고 10만원, 어떤 때는 20만원을 주던 기억이 난다. 1990년대의 일이다.

20년하고도 수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가장 열심이었고 가장 보람있었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언론은 무슨 꿈을 꾸는가? 남북이 힘을합쳐 동아시아에서 펼쳐나갈 한반도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할 때다. 한반도 미래를 바라보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사드니 뭐니 연일 떠들어 대지만 그것은 결국 한번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심각히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기자가 워싱턴 디시에서 활동할 때의 일이다. 한국의 주요 방송사나 언론사들 중 워싱턴 디시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부러웠다. 세계의 수도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가장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한국 방송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거쳐가는 장소가 워싱턴 디시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만을 학수고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이 실망했다.

이래서야 어디 한반도의 미래가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좀 더 넓게, 좀 더 길게, 눈을 크게 떠자. 대륙의 한쪽 크트머리 좁은 땅덩어리에서 왜 그리도 아웅거리는가.

김영란 법때문에 그동안 언론생활을 통해 들어오던 부수입을 걱정하는 이들이여. 그대는 왜 언론인이 되었는지 다시 기본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월급이나 돈 걱정을 하는 이들은 언론인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기술을 습득하고 언론은 취미생활로 해보자. 그러면 하고싶은 말이 마음속으로부터 거침없이 흘러 나올 것이다. 그것을 성경에서는 ‘생수의 강’이라고 표현한다.

Sto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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