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빙하는 움직인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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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외교간의 길을 걸어 온 송민순의 ‘빙하는 움직인다’를 읽었다. 전자책으로 읽었다.

1975년도부터 외교통상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해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까지 그가 지나왔던 외교의 발자취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송민순의 파란만장한 외교의 여정은 한 개인의 여정이 아닌 대한민국의 여정처럼 느껴졌다.

그의 시각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한계성과 그 가능성을 더 분명히 볼 수 있어 한편으론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론 슬픔이 복받쳐 올랐다. 한반도는 언제 서로 합의된 공동의 목표를 갖고 후손들에게 물려 줄 뜻뜻한 역사의 노정을 시작할 수 있을까?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북한의 핵’ 문제다. 북한의 핵은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진 협상테이블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송민순은 향후 한반도가 이 핵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한발짝도 전진하기 힘들 것이란 견해를 시사한다.

송민순은 핵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기본적인 성명으로 2005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을 강조한다. 책 부록으로 이 공동성명의 내용을 싣고 있다. 그 첫번째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6자는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하였다….’

송민순은 북한 핵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국은 미국임을 강조한다. 북한의 외교정책인 ‘통미봉남’이란 단어에서도 북한은 핵문제의 주요 협상국으로 미국을상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그 중간에서 조정자로서의 위치가 주어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높으신 어르신들께서는 이러한 현실을 받아 들이기가 몹씨도 거북해 하는 것처럼 기자에게는 느껴진다.

아예 한반도 핵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하자는 쪽으로 견해를 갖든지 아니면 미국쪽으로 바짝 붙어서 권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부류도 있다. 어떻게든 핵문제를 해결해서 평화적인 한반도를 만들어 볼려는 중간자적인 시도가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국제적인 시각과 한국의 국내 중심적인 정치현실이 항상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적인 한계다.

당장은 최순실, 박근혜 문제로 온 대한민국이 떠들썩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 정말 한반도의 생존이 걸린 핵 문제를 대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윟서는 크게 두가지 선택이 있는 것 같다. 정면으로 돌파하든지 애써 그 중요성을 깎아내리고 다른 이슈를 부각시키든지…

송민순의 책을 읽으면 왜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문제를 피해 갈 수 없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최순실, 박근혜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힘들고 험한 산은 오를때는 힘들지만 그 과정중에 근육이 단련되고 높은 곳에서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돌아 보는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로 정상을 오르거나 헬리콥터로 올라갈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땀 흘리며 정상에  올라 라면을 끊여먹는 진미를 설명할 수 없다.

미국에서 20년 이상을 살면서 대한민국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이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검찰’도 ‘기업’도 ‘언론’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반도가 자신들이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할 터전임을 자각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은 달라질 것이다.

이승만을 하야시킨 것이 누구였는가?
박정희는 왜 18년 통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는가?
노태우는 왜 1987년 소위 ‘항복선언’을 하게 됐는가?

중요한 역사의 전환기마다 벌어진 일들이 왜 발생했는지를 질문해 보라.
해답은 바로 그곳에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희망이다.

기자는 기자의 길을 갈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기자와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이 잘 나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꾸지람을 들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발 서로 ‘등쳐 먹는 일’은 그만두고 서로 도와가면서 잘 지내는 내 고향, 내 조국이 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Sto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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