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 취임 한달을 보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됐다.

‘쌍전벽해’란 말이 떠오른다. 물론 아직은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바다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조짐을 보이는 부분이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이게 모두 대한민국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촛불로 타올랐던 그 열정이 초래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한가지 주의할 점은 있어 보인다.

‘성급함’이다.

미국에 20년 이상 살면서 느끼는 것은 타민족들이 한국사람들을 ‘성질 급한 민족’으로 많이 간주한다는 점이다. 아예 ‘빨리 빨리’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대한민국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뭐든 빨리 빨리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의식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기자가 보기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이 ‘빨리 빨리 문화’를 청산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어 보인다.

유대인 문명은 수천년을 이어져 오고 있다.

기독교 문명은 2천년을 넘어섰다.

불교 문명권도 2천년을 훨씬 넘어서는 것 같다.

대한민국은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기독교와 불교문명의 기간을 넘어서는 이 나라가 어떻게 ‘빨리 빨리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을까?

기자는 그 원인을 ‘돈’으로 본다.

2차세계대전 이후 1944년, 승전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는 브레튼 우즈 체재를 만들었다. 자본주의 확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과 군사정부, 참여정부 등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이룬 미국식 자본주의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빨리 돈을 만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돈이 쌓이면 권력도 움직일 수 있었다.
급행료는 그래서 생긴 말일 것이다.

기자에게 성질급한 사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아버지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하고싶은 공부도 못하고
가난은 운명으로 안고 살면서
한국전쟁에 죽기위해 참전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 시카고에 사는 고모에게 들었다.
자식들에게는 자신의 비참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뱃일의 고된 노동으로 밥보다 신경통 약을 더 많이 먹어야 했던 아버지.
그 약의 이름은 ‘니소롱’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잊어버릴 수가 없다.

아버지에게는 군대 이야기가 시시해서 함부로 할 수 없다.
기자도 나름 여산에서 그 어렵다던 하사관 훈련까지 받으며 30개월 이상의 군복무를 채우고 나왔건만,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는 너무 시시해 보였다.

그 아버지에게 기독교 선교사가 전해주었다는 복음은 약간의 부정도 용납할 수 없는 이상한 정직한 사람을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차라리 자식들을 위해 당시 일제해방 이후 주인없는 땅이라도 등록해 놓았더라면 피토하며 죽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닙니까? 동사무소에서 한때 일을 했었다니 하는 말이다.

기독교의 높은 이상과 현실의 가장 비참한 가난 가운데서 어떤 인간인들 견딜 수 있었겠는가? 그래도  60 이상을 살았다는 자체로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가 본 아버지의 의식속에는 ‘빨리 빨리’가 늘 자리하고 있었다. 빨리 하나님의 나라도 만들어야 하고, 빨리 자식공부도 시켜야 하고, 빨리 일도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고 급했을까?

기자 나이의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도 그런 부모들의 성급함 속에서 자라지 않았을까?
하지만 성급함은 모든 일을 그르치게 된다.

미국사람에게 배울 점은 어떤 일을 놓고 치밀한 계획과 차분한 진행을 이루어 간다는 점이다.

기자는 직업상 뉴욕 퀸즈와 브롱스를 잇는 화잇스톤 다리를 5년간 하루 2회씩 운전한 적이 있었다. 한국사람이면 몇개월 만에 해치웠을 공사를 몇년을 지루하게 하는 것을 보며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다리를 지나는 어떤 운전자도 불평하는 기색을 보이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기자만 성질이 급했던 것 같았다.

이것이 미국과 대한민국의 본질적인 차이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이 돈이 적어도 여유를 갖게 되는 그날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통일의 날이 될 것이라고 기자는 믿는다.

Stone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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