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특별법 통과, ‘K-원전’ 제2의 도약 선언… 2030 상용화 시대 열린다
지난 2월 12일, ‘SMR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원전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국산 SMR 노형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가운데, 글로벌 소형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1. 한-미 협력: 기술과 자본의 전략적 동맹
SMR 시장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미국은 뉴스케일(NuScale), 테라파워(TerraPower) 등 세계 최고의 SMR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제작 및 시공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공급망 및 제조 협력: 미국 설계 업체들이 개발한 SMR의 핵심 기자재를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 등 숙련된 제조사가 생산하여 전 세계에 공급하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방식의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3국 공동 진출: 한미 양국은 동유럽 및 중동 등 신규 원전 수요처에 대해 공동 금융 지원과 패키지 수출을 추진함으로써 러시아와 중국의 원전 굴기를 견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규제 표준화: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설계 방식이 다르다. 양국 규제 기관(NRC와 원안위) 간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글로벌 SMR 표준을 선점하는 작업이 핵심 협력 분야가 될 것이다.
2. 글로벌 경쟁 구도: ‘글로벌 SMR 패권’을 향한 3파전
현재 SMR 시장은 기술 선점과 상용화 속도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선두 주자):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민간 자본을 바탕으로 가장 앞선 상용화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루마니아, 폴란드 등과 구체적인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선점 중이다.
중국·러시아 (국가 주도): 강력한 국가 주도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미 실증로 건설이나 해상 부유식 SMR 등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비서구권 국가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영국·프랑스 (추격자): 전통적인 원전 강국으로서 롤스로이스(영국), EDF(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자국 내 노후 원전 대체 및 수출용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 한국의 전략적 스탠스: ‘속도’와 ‘규제 유연성’
SMR 특별법 통과로 동력은 확보했으나, 2030년 상용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스탠스가 요구된다.
첫째, ‘규제의 혁신적 전환’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대형 원전에 맞춰진 기존 규제 체계를 SMR의 안전성 특성에 맞게 유연하게 개편해야 한다. 인허가 기간 단축이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둘째, ‘민관 합동 생태계 구축’이다. 정부의 예산 지원과 더불어, 현대건설·삼성물산 등 민간 건설사와 제조사가 실질적인 실증 사업(Demo Project)에 빠르게 착수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분산형 전원 체계로의 법적 정비’다. SMR은 대규모 송전망 없이 수요처 인근에 건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연계하여,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산업단지에 SMR 전력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2030년 SMR 시장의 승자는 기술력이 아닌 '누가 먼저 상용화된 모델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한국은 이번 입법을 발판 삼아 세계 최고의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SMR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