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민족주의의 종언'과 "남남(南南)은 이제 남이다"
2026년 2월 19일부터 25일까지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9차 대회에 대한 전문가별 핵심 분석이 나왔다. 38 North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6명의 전문가 의견을 살펴보기 전에 대남 정책 관련 주요 수정 내용에서 '민족 해방' 및 '통일' 관련 표현이 삭제 또는 순화된 점을 볼 수 있다.
기존 규약에 명시되었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혁명 과업수행"과 같은 문구들이 삭제 내지 대폭수정 되었다. 이는 남한 전체를 사회주의화 하겠다는 고전적인 통일 노선에서 물러나'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제도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창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는 선언이 당의 최고 규범인 규약에 반영된 것이다. 남한을 '통일의 파트너'가 아닌 '주적(主敵)'으로 명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평화적인 민족 통일 대신, 유사시 무력에 의한 '영토 완정'(영토를 완전히 정리함)을 강조하는 문구가 삽입되었다. 이는 대남 정책의 중심이 '정치적 협상'에서 '군사적 점령 및 통합'으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구 수정은 북한이 앞으로 남한과의 대화보다는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강 대 강 대치를 지속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영토 완정'을 명분으로 한 군사적 도발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북한판 민족주의의 종언'과 '적대적 국가론의 완성'이라는 시각에서 남한을 바라보고 있으며 "남남(南南)은 이제 남이다"라는 선언을 법적으로 마친 셈이다.
여섯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분석한 제9차 북한노동당대회에 대한 여약을 간추려 본다.
1. 레이첼 민영 리 (Rachel Minyoung Lee)
북한이 대외 관계(미국 및 한국)에 있어 구체적인 정책 노선을 밝히기보다 모호함을 유지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외 메시지보다는 내부적인 당 통제력 강화와 사상적 결속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한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2. 한기범 (Kibum Han)
정치적 권력 구조 측면에서 김정은의 1인 지배 체제가 더욱 제도화되고 공고해졌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당의 위상을 높이고, 실무적인 국정 운영을 당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3. 반 H. 반 디펜 (Vann H. Van Diepen)
국방 및 무기 체계면에서 북한이 핵무력 건설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으나, 새로운 파격적인 무기 체계를 공개하기보다는 기존의 국방 발전 계획을 차분히 이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이와함께 북한은 핵을 통제하기보다 '국방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 고도화에 계속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4. 오경섭 (Gyeong Seob Oh)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주민들에 대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을 강화하고,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검열' 시스템이 강화된 점에 주목했다.
5. 마이클 매든 (Michael Madden)
인사 이동과 관련, 실무 능력을 갖춘 관료들을 전진 배치했으며, 이는 경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세대 교체'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마이클 매든은 핵심 권력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통해 김정은의 향후 국정 운영 방향(경제와 국방의 균형)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6. 미무라 미쓰히로 (Mitsuhiro Mimura)
경제분야와 관련해 그는 북한의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2026-2030)'은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하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혁신(관리 시스템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 조치와 관련, 단순한 교체가 아닌 '실무형 세대교체'와 '책임 경영'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했다. 과거 사상 중심의 인물들 대신, 경제 현장에서 성과를 냈거나 군수 공업 분야에서 기술적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정치국 상무위원회 및 위원회에 대거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여정 부부장이 당대회 기간 중 주요 행사와 의전을 주도하며 김정은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반자'이자 정책 집행자로서의 위상이 재확인되기도 했다.
또 북한이 당 규약을 통해 '당 중심의 국정 운영'을 제도적으로 완성했으며, 이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정 체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려 한다는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이번 9차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의 절대적 안정화"와 "경제적 난국 타개를 위한 내부 정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김정은 호'의 북한체제가 향후 5년간 어떻게 항해를 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